| 수술의 후유증
환자를 진찰할 때 여러 가지 증상에 대해 묻는 것을 문진(問診)이라고 한다. 저마다 갖고 있는 증상들이 각양각색이므로 상세히 들을수록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어떤 수술을 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맹장수술을 했다면 대장과 소장의 기능이 남보다 약하고, 허리디스크 수술을 했다면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자주
올 것이고, 자궁을 적출했다면 만성 피로와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수술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동양의학은 수술같은 외과적 치료보다는 자연치유력을 회복하는 내과적 치료를 더 중시했다. 침이나 뜸과 같은 외과 치료도 인체 장부는 손대지 않고 그 치유력을 회복하도록 이끄는 것이 치료원칙이었다. 따라서 수술은 현대 서양의학의 방법이며 외과적인 기법이다.
수술한 환자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수술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을까?',
'이 병은 수술 안하고도 나을 수 있었을텐데.'
그러나 이미 수술은 했고 이같은 생각은 무의미하다. 이미 수술을 한 환자에게는 최대한으로 다른 장기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서 건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사상체질에 따라서 식이요법, 탕약, 침치료 등을 시행하여 후유증도 치료하고, 명상이나 체조 등을 통해 건강을 증진한다.
자궁 수술을 권유받은 환자가 상담을 하러 왔다.
"병원에서는 자궁을 들어내야 한데요. 안그러면 큰일 난데요. 자궁을 들어내도 별 문제 없다고 하는데요."
"어차피
수술을 해야 한다면 두달만 미룹시다. 저한테 치료를 받아보시고 두달 후에 다시 초음파 검사를 해보세요. 호전되지 않으면 그때 수술을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수술은 최후의 방법이어야 한다. 수술을 해야 되는 병들은 대개 난치병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치료해보면 수술안하고도 낫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지 않은가?
우리 몸에는 없어도 되는 장기(臟器)란 없다. 모든 장기는 모두 필요하다.
자궁은 여자의 모든 것
어떤
산부인과에서는 폐경(閉經)이 된 후에는 자궁이 필요없다는 말들을 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폐경이 되었다 하더라도 자궁은 여전히 나름의 기능을 하고 있다. 자궁이 없어진다면 그 사람은 남은 여생을 남보다 힘든 여건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여자에게 있어서 자궁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서양의사는 잘 모를 것이다. 동양의학에서는 '자궁은 여자의 모든 것'이라는 속설이 있다. 자궁은 단지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 고유의 특성을 지니게 하는 근본적인 에너지 센터이다. 인도와 티벳
의학에서는 생식기에 쿤달리니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생식기는 중요한 장기이고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다.
자궁 수술을 한 후 다음과 같은 후유증들을 호소한다.
"불면증이 생겼어요."
"매사에 의욕이 없고 조금만 일해도 금새 피곤해져요."
"소화가 안되고 변비가 생겼어요."
"손발이 저리고 자주 어지러워요."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후유증들이 있다.
맹장수술은 수술안하고도 낫는다.
맹장수술만 해도 그렇다. 불과 십수년전만
해도 맹장은 퇴화된 기관이므로 제거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다. 맹장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우선 배에 개스가 차고 속이 더부룩하다. 감기도 잘 걸리고 쉽게 피로해진다. 심지어는 맹장수술 후유증이 10년까지 간다고 이야기한다.
맹장은 원래 이름이 충수이다. 충수는 소장과 대장 사이 경계선에 위치하고, 대장의 기능을 도와주고 살균여과기능을 담당한다. 또 맹장은 남자의 정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같은 사실은 많은 임상경험에서 터득한 것이다. 요즘의 서양의학에서는 어떻게 결론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맹장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기이다.
어떤 환자가 맹장염으로 수술을 할 지경에 이르렀다. 봉침요법을 3회 실시하고 완치되었다. 또 어떤 환자가 자궁 근종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진단이 내려졌다. 2개월 동안 체질식이요법과 탕약복용, 봉침 및 침치료를 병행하여 치료되었다.
만일 이같은 경우에 수술을 했더라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수술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치료법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수술외에도 방법은 많다.
자궁과 맹장수술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았는데, 물론 수술을 해야할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무조건 '수술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오만이다. 인간은 아직 인체를 전부 알지 못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의학에서는 불가능해도 다른 의학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21세기를 앞두고 현대의학의 부족한 면을 보완하기 위해 대체의학이라는 새로운 의학이 태동하고 있다. 대체의학은 자연요법을 말한다. 반사요법, 아로마요법, 허브, 봉침, 카이로프락틱, 도인안마, 침구, 명상, 요가와 같이 서양의학과 다른
시각에서 건강을 도모하는 의학이다.
물론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엄연히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는 의학인데 단지 현재의 의학기기로 검증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된다. 병을 고치기 위해 의학이 생겨난 것이다. 병을 고치지도 못하면서 권위를 빙자해 무조건 자기 치료법만 강요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내가 고치지 못하는 병에 대해서는 겸손해야 하는 것이 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의 도리일 것이다.
이제 폭넓게 생각하자. 이 방법으로 안되면 다른 방법으로 될 수 있고, 다른 방법으로
안되면 이 방법으로 될 수도 있다. 바꾸어 말해 수술을 안하고 치료할 수도 있고, 꼭 수술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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