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으로 위궤양이 나을 수 있나요?", "침으로 허리디스크도 나을 수가 있나요?", "침으로 암도 고치나요?"
한의원에서 환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 흔히 듣는 이야기다. 침(針)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은 필자에게는 상식이지만 환자들에게는 조금 신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같다. 많은 의학칼럼이 있지만
침으로 질병이 치유되는 원리를 시원스럽게 이야기한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만큼 침의 원리가 심오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침의 원리는 어떤 것이며, 왜 병이 낫는지를 알아보자.
1. 우리의 몸은 기(氣)가 어떻게 흐르는가?
기(氣)는 생명활동을 위한 추진력이며, 신(神)은 생명활동을 이끌어 가는 통찰력이다. 기(氣)가 우리 몸을 겉과 속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인체 장부의 활동을 유지한다. 신(神)은 그러한 기(氣)의 활동에 영향을 끼치고 또한 기(氣)의 강약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저번
칼럼에서 이야기한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정서와 기(氣)의 승강부침(昇降浮沈)이 밀접하다고 했는데, 이처럼 정신적 작용을 기(氣)는 받아들이고 또한 기(氣)에 의해 정신이 변화를 갖는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모든 인체의 생리, 병리에 기(氣)가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이다. 자석의 주변에 철가루를 뿌리면 자기장에 의해 일정한 자기의 흐름을 볼 수 있는데, 우리의 몸 역시 자석처럼 기(氣)의 장(場)을 갖고 있다. 다음의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머리 꼭대기의 백회(百會)혈에서 기(氣)가
뿜어 나오고 발바닥의 용천(湧泉)에서 기(氣)를 받아들인다. 건전지의 플러스극에 해당하는 것이 백회이고, 마이너스극에 해당하는 것이 용천이다. 이외에도 몸의 각 부분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몸 피부를 5㎝ 정도의 두께로 감싸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기(氣)라고 볼 수 있고, 커다랗게 둘러싸고 있는 기(氣)는 신(神)과 교류하는 한차원 높은 기(氣)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그동안의 기(氣)에 대한 견해는 우리 몸에 14개의 경락(經絡) 위주로 이해했는데, 이같이 역동적인 기(氣)의 흐름을
살펴본다면 좀 더 획기적인 연구가 될 것이다. 요즘 각광받는 수지침, 이침, 족침, 두침 등의 원리는 기존의 기(氣)에 대한 견해로는 완전하게 설명될 수 없다.
그러나 이 그림과 같은 기(氣)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손바닥에도 생체의 기(氣)가 유기적으로 몸 전체와 연결되어 있고, 발바닥에도 마찬가지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몸의 각 부분은 전체의 정보를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위궤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머리 위에도 침을 놓을 수 있고 손바닥에도, 발바닥에도, 등, 배,
귀, 신체 각 부분 어디에도 침을 놓아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어느 부위가 효과적이고 신속한지를 판단하여 침을 놓는 것이다.
2. 피로하면 기는 어떻게 되는가?
건강할 때 기는 우리 몸을 왕성하게 감싸고 있지만 피로해지면 빈약하게 감싸게 된다. 이는 바로 기가 소모됨에 따라 피로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화점이나 지하철같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 가면 금새 피곤해지는 이유가 바로 사람들로부터 발생하는 탁한 기가 자신의 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반대로 울창한 숲에 가거나, 혹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에 활력이 넘친다. 이는 자신의 기가 숲에서 발생하는 맑은 기로 보충이 되고, 마음이 통하면 기 역시 통하는 까닭에 기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3. 기는 어떻게 충전하는가?
우리의 몸은 건전지와 같다. 따라서 건전지의 전기를 다 쓰게 되면 충전을 하듯이 우리의 몸 역시 기를 충전해야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충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기가 충만한 곳에서 휴식하는 것이다. 삼림욕, 온천욕 등처럼 나무와 물의 맑은 기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째, 편한 자세를 취하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긴장을 푼다. 5분 정도 하루 일과를 머리 속에 떠올려 본다. 잘한 일과 못한 일에 대해서 너무 집착하지 말고, 마치 영화관에서처럼 보는 것이다. 그런 후에 호흡을 일정하게 하면서 숨을 들이쉴 때 맑은 기가 들어오고, 숨을 내쉴 때 탁한 기가 나간다고 생각한다.
셋째, 시계추의 원리를 생각한다. 시계추는 일정한 주기로 움직이는데 한쪽방향으로 간만큼 다시 반대로 돌아온다. 많이 갈수록 다시 그만큼 돌아온다. 마찬가지로 일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으로만 몸과 마음을 집중하였으므로 정반대의 여가선용에 몰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계사같이 엄청난 숫자의 일더미에 고생했다면 만화책을 본다던가 노래를 부른다던가 다른 방면으로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다. 막연하게 쉬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4. 침으로 기를 어떻게 운용하는가?
예를 들어, 위궤양이 되면 육체적인 증상과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육체적인 증상은 속이 쓰리거나 배가 더부룩하고 두통이 있으며 입이 쓰다. 정신적인 증상은 불면증이 생기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매사에 불안하다. 따라서 침치료는 육체와 정신적인 측면을 함께 치료해야 한다. 대개 위장병은 불안, 초조, 강박관념에서 비롯되므로 이같은 긴장을 완화시키는 심포경(心包經)이나 삼초경(三焦經)을 운용하는 정신적인 침법을 쓴다. 이것만으로도 탁월한 효과를 본다. 아울러 위장과 관계있는 간, 췌장, 대장, 십이지장의 신체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침치료를 하는 대장경(大腸經)이나 간경(肝經)의 육체적인 침법을 쓰면 더욱더 좋아진다.
침의 재료는 일반적으로 스텐레스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전류가 흐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침을 놓게 되면 몸 속의 탁한 생체 전기가 침을 통해 나가고, 침 시술자의 맑은 생체 전기가 침을 통해 환자에게 들어간다. 생체 전기 역시 기의 한 부분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체험한 것인데, 환자를 치료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할 때와 피곤해서 습관적으로 시술할 때는 치료효과가 엄청나게 다르다. 같은 부위의 침을 놓아도 시술자의 마음 상태에 따라 이같이 다른 것이다. 침을 시술하는 이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 상태를 신중하게 점검해야만 최상의 치료를 할 수 있다.
침은 기를 통하게 하는
도구이다. 다시 말해서 기를 운용하여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다만 병을 치료할 수 있을 만큼의 기가 충분한지와 정확한 치료혈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많은 이들이 지금도 여전히 물어본다.
"침으로 위궤양이 나을 수 있나요?"
"위궤양은 대부분 신경성에서 오기 때문에 신경을 편안히 하고 위장운동을 돕는 침치료를 하면 치료될 수 있습니다."
"침으로 허리디스크도 나을 수가 있나요?"
"증상의 경중에 따라 치료의 효과는 다르겠지만, 교정과 더불어
침치료를 하면 훨씬 좋아질 수 있습니다."
"침으로 암도 고치나요?"
"암은 육체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정신적인 불균형으로 생긴 것입니다. 환자의 노력과 침치료가 함께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97년 6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