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氣에 대한 관심이 날로 더해간다. 단전호흡 인구가 몇십만명이고 사회 각분야에서 氣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다. 氣를 이용한 풍수 인테리어가 꽤 각광을 받고, 氣를 보충하는 황토 침대, 황토 주택 등이 생겨나고 氣를 주는 정수기까지 나오고 있다. 또, 기공치료나 기공마사지가 점점 대중화되고 있다.
불과 십여년전만 해도 氣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미신처럼 취급하였는데, 인텔리 계층부터 서민에까지 氣에 대해 저마다의 인식을 지니게 되었다.
서양에서도 관심이 늘어나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이라는 분야가 생기고 氣에 대한 구체적이고 깊이있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氣는 동양의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다. 서양의학이 세포에서부터 출발한다면 동양의학은 氣에서부터 출발한다.
氣가 도대체 무엇이며 우리의 건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氣는 무엇인가?
氣라는 문자를 풀어보면 밥을
지을 때 생겨나는 수증기를 뜻한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솥뚜껑이 들썩거리는 그 힘을 氣라고 표현한 것이다.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운동한다. 잠시라도 멈추면 생명의 활동이 중단되는 것이고, 쉼없이 움직여야만 살아있는 것이다. 심장의 활동으로 혈액순환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심장의 운동만으로는 혈액순환이 불가능하다. 혈액세포 하나하나의 전기적 힘이 운동의 근원이 된다. 바로 이러한 역동적인 힘이 氣이다. 그래서 기주혈(氣主血)이라는 말이 있다. 기가 혈액순환을 주관한다는 이야기다.
氣는 이같이 몸을 주관하는 운동력 이외에도 마음과 연관이 있다.
슬퍼지면 氣가 멀리 퍼져 나가고, 분노하면 氣가 급격히 올라오고, 기뻐하면 氣가 서서히 내려가며, 즐거워하면 氣가 깊이 내려간다.
슬픔과 분노는 氣가 올라오는 것이요, 기쁨과 즐거움은 氣가 내려가는 것이다.
체질적으로 보면 태양인과 소양인은 슬픔과 분노의 에너지가 많아서 氣가 쉽게 올라오고 내려가기가 힘들다.
태음인과 소음인은 기쁨과 즐거움의 에너지가 많아서 氣가 쉽게 내려가지만 올라가기가 힘들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려면, 태양인과 소양인은 氣를 내리기 위해 기쁨과 즐거움의 에너지를 지녀야 하고, 태음인과 소음인은 氣를 올리기 위해 분노와 슬픔의 에너지를 지녀야 한다.
이같은 이야기는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氣와 희노애락을 유심히 관찰하면 알 수 있다.
2. 氣와 건강
침(針)을 맞으면 병이 낫는다.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의학에서 보면 상식이다. 왜냐하면, 우리 인체는 氣가 흐르는 14경락이 밀접하게 장부(臟腑)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깨가 아플 때 무릎
아래에 있는 족삼리(足三里)에 침을 찌른다. 이 때 어깨의 통증이 없어지는 이유는 족삼리혈(足三里穴)이 소화계와 연결되어 있고, 어깨의 통증이 소화계의 이상으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결막염으로 눈이 아플 때 새끼손가락 마디에 있는 신안점(新眼点)에 사혈(瀉血)을 하면 당장 눈의 통증이 낫는 이유 역시 위장의 열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병은 氣가 막히면 생기고, 氣가 통하면 병이 낫는다(不通卽痛 痛卽不通). 침으로써 氣가 소통하게끔 도와 준다. 이것이 침으로 병이 낫는 근본 이유이다.
氣의 작용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진통, 소염, 해열 작용 이외에도 백혈구 증식, 괴사된 조직 생성, 마취 작용 등 현대의학에서 놀랄만한 연구결과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일본의 의학 연구논문에 의하면 기의 작용이 500가지가 넘는다는 결과도 있다.
또한 氣에는 한열온량(寒熱溫凉)이 있다.
춥고, 덥고, 따뜻하고, 서늘하다. 이같은 변화는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감기가 걸렸을 때 으슬으슬 추운 것은 외부의 사기(邪氣)가 내부의 정기(正氣)를 공격하는 것이요, 머리가 아파서 열이 나는 것은 氣의 흐름이 막혀서 머리는
뜨거워지고 하체는 그만큼 차가와지는 것이다.
한열온량에 따라서 氣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건강할 때는 승강(昇降)이 원활하고 질병이 생기면 승강이 막힌다.
체질에 따라서 처방이 다른 이유는 체질에 따라 氣의 승강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음인은 위(胃)가 냉하여 가슴에 氣가 부족하다. 이때에 인삼을 복용하면 위가 따뜻해져 가슴의 氣가 보충된다. 그래서 병이 낫는 것이다.
소양인은 위(胃)가 열하여서 가슴에 氣가 지나치다. 이때에 구기자를 복용하면 위가 서늘해져 가슴의 氣가
적당해진다. 그래서 병이 낫는 것이다.
체질의 氣가 네가지로 구분되어 인체 장부 기능에도 영향을 끼친다.
3. 氣는 체질에 따라 제각기 다르다.
일률적인 단전호흡이나 기공수련, 기공치료는 바람직하지 않다. 앞에서 말했듯이 저마다의 氣의 흐름이 다른데 획일적인 氣의 흐름을 강요하게 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옛부터 기공의 대가들은 제자들의 특성에 맞게 氣수련법을 전수하였고, 수련방법이 제각기 달랐다. 따라서 氣수련을 할 때 자신에게 적합한 것인지를 차분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건강을 위한 치료방법 역시 제각기 다르다. 희노애락의 마음 씀씀이도 다르고, 한열온량의 승강부침(昇降浮沈)도 다르기 때문에 침이나 약물 치료 역시 그에 따라 운용해야 한다.
막연하게 '氣는 신비하다'고 하며 허무맹랑한 괴설에 현혹되지 말고, '氣는 미신이다'라고 배척하지도 말자. 오직 실제로 체험한 현상만을 가지고 이해한다면 氣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리라고 본다.
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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