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트레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스트레스는 정신적 압박감이라고 할 수 있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희노애락의 감정이 조화롭지 못할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불쾌한 감정은 우리의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위장병을 위장의 문제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위장병의 원인은 속상해서 오는 것이 많다. 정신적인 문제에서 위장의 운동이 방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위장 자체의 문제로 보고 약을 복용하는 것은 근원을 잊은 채 외형만을 보는 것이다.

환자 중에 10년 이상 만성 위염으로 고생하는 40대 후반의 남자가 있었다. 주된 증상은 속이 쓰리고 더부룩하고 머리가 어지럽고, 근육이 잘 뭉치는 것이었다. 병원도 많이 다녔고 양약도 많이 복용했지만 전혀 차도가 없어서 포기를 했었는데, 한의원에 친지의 소개로 왔다. 진찰을 해보니까, 목뒤의 근육이 심하게 경직되어 있었고 위장뿐만 아니라 지방간도 있었고 대장염 증상도 있었다.

이 환자는 조그만 가구공장을 경영하는 사람인데, 항상 부도가 날까봐 노심초사하여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긴장을 하여 목뒤의 근육이 경직되었고 불편한 마음으로 생활을 하니 위장이 탈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시급한 치료는 목뒤의 근육을 풀어주고 불면증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을 운동시키는 체조와 심신을 이완하는 명상법을 하도록 하였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더 이상 양약을 먹지 않게 되었고, 주증상들이 대부분 치료되었다.

이같은 사례는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위장의 문제가 아니라 가구공장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위장병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의학은 외형상으로는 눈부신 발전을 하였다. 하지만 막상 환자들의 질병을 치료할 때에는 종합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부분적인 검사결과에만 매달리게 된다.

그 이유는 마음과 몸의 관계를 치밀하게 연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에 많은 의사들이 "당신은 신경이 예민해서 병이 생긴 것입니다." 또는 "이 병은 스트레스 때문에 온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신경이 어떻게 예민해서 병이 생긴 것인지, 어떠한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온 것인지는 말해주지 못한다.
이는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네가 공부를 잘 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충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너무나 추상적인 충고이다.

일테면, 그 학생이 공부의 핵심을 찾지 못해서라면 핵심을 찾는 법을 가르켜 주고, 게을러서라면 그 학생의 성격에 맞춰서 공부하는 법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제각기의 방법이 있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은 외형적인 증상만이 아니다. 왜 이 증상이 생겼는지 그 주변의 다양한 정서상태를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스트레스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외형적 증상의 정확한 진찰과 내면적 스트레스의 본질을 함께 파악해야만 종합적인 진단이 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신부전(腎不全)으로 고생을 했고, 회사생활에서 유난히 긴장을 많이 하는 30대 중반의 남자 환자가 있다.

주증상이 머리가 멍하고 악몽에 시달리며, 팔, 다리가 자주 붓고, 소변을 자주 보며, 술을 마시면 정신을 잃고 자기도 모르는 과격한 행동을 하고, 근육이 자주 경직되며, 늘 피곤한 상태에서 생활한다. 진찰해 보니, 그 원인이 지방간, 위염, 방광염, 전립선염 때문이었고, 오랫동안 치료를 했는데도 별 차도가 없었다.

최면요법으로 원인을 찾아보니 어려서부터 신체에 대한 컴플렉스로 스스로를 책망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보이지 않는 긴장에 시달리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치유책으로 회사를 잠시 쉬고 외국여행을 가도록 권유했다. 호주여행을 2주 동안 갔다 온 후 진찰해보니 놀랄 만한 결과가 나타났다. 밝은 얼굴 표정과 자신감 있는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호주에서 골프를 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그 동안 고생했던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 환자는 당분간 여행을 하면서 자신을 억압했던 스트레스와 화해하는 근본치료를 하게 될 것이다. 만일 이 환자가 병원을 계속 다녔다면 과연 병이 나았을까? 여기서 우리는 질병을 한차원 높게 이해하는 법을 알 수 있다.

동희칼럼은 체질의학 칼럼이다. 그 동안 사상체질의 성격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에 따른 수양법도 다루었다. 위에서 언급한 가구공장을 하는 위장병 환자는 소양인이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체로 기의 순환이 막혀 목뒤의 근육이 경직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목뒤의 근육이 경직된다고 해서 모두 소양인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쌓아두고, 마음이 여려서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자신의 위장을 혹사시킨 것이다.

또, 신장질환으로 고생을 한 회사원은 소음인이어서 주변 상황에 스스로를 위축시키다 보니 하체로 기가 막혀서 다리가 붓고 전립선염이 생긴 것이다.
평소에는 얌전한 성격인데 술을 먹으면 난폭해지는 이중성을 보이는 것은 소음인의 단정한 성격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억압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소음인과 소양인의 스트레스의 성향은 매우 다르다. 체질마다 스트레스의 성격이 다르지만, 모두 하고자 하는 일이 되지 않고 희노애락의 조화가 무너질 때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스트레스는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을 것이고, 주변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희노애락의 조화를 깨는 일이 자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가?

제일 좋은 방법은 명상이다. 인간은 하루에 단 몇 분도 완전한 휴식을 갖기가 어렵다. 육체가 고달프거나 정신이 어지러워 고요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할 수가 없다. 이렇게 시달리면 숱한 스트레스가 만들어져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 조차 없다.

몸을 편안히 이완시키고 호흡에 집중하면서 잡념을 잊게 되면 스스로의 치유의 힘에 의해 스트레스가 정화되고 그 원인을 깨닫기도 한다. 이 상태에서 뇌의 알파파가 증가되어 우리 몸을 회생시킨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명상이라는 좋은 휴식 방법을 잃어버렸다. 구체적인 명상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루도록 하자.

아직 우리나라 사람은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희박하다. 운동할 여건이 서구 선진국에 비해서 열악하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스텝퍼(고정된 워킹 머신)를 구입해 하루 15분이라도 걸으면 건강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걷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면 놀랄 것이다.

명상과 운동은 건강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근본 치유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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