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칼럼은 체질의학 칼럼이다. 따라서 보약 역시 체질에 맞는 보약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보약에 대한 정확한 뜻을 알아보자. 동양의학의 치료 원칙에 보사(補瀉)라는
개념이 있다. 보(補)는 그 기능이 부족한 것을 더해주는 것이다. 그 기능을 포지티브(positive)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瀉)는 그 기능이 넘치는 것을 덜어내는 것이다. 이는 내거티브(negative)한 기능이다.
예를 들어 위장에 열이 너무 많고 신장에는 한기(寒氣)가 맺힌 소양인(少陽人)의 경우에 위장은 사해주고 신장은 보해주는 치료를 한다. 또 위장이 냉하고 신장과 방광에 열이 맺힌 소음인(少陰人)의 경우에는 위장은 보해주고 신장은 사해준다. 이와 같이 보사는 인체내에서 서로 밀접하고 상대적인 기능을 갖는
한쌍의 에너지 밸런스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약은 보약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한약이 보하는 기능 위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녹용과 인삼을 흔히 보약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녹용은 태음인의 보약이고 인삼은 소음인의 보약이다. 다른 체질에게는 해로운 약이다. 많은 사람들이 체질에 상관없이 보약은 무조건 좋고 해가 없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일례로 소양인 버스기사가 운전중에 의식을 잃어 큰 사고가 날뻔 한적이 있다. 이는 녹용이 들은 한약을 먹고 머리에 열이 나고 신장과
간기능도 나빠져서 혼수상태가 된 것이다. 이 버스기사는 녹용은 보약이기 때문에 자신의 증상이 녹용때문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양인이 녹용을 복용하면 머리에 열이 올라오고 신장이 붓고 간 기능이 나빠져서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러한 예를 보아도 보약은 반드시 체질에 적합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러면 각 체질에 따른 보약의 적응사례에 대해 알아보자.
1. 출산후 체질에 따른 보약
출산후에는 골반의 기능이 약해지고 자궁에 염증이 일어나기가 쉽다. 또 방광과 신장의 기능이
약해지고 내분비기능의 균형이 깨져서 체중 증가, 부종(浮腫), 생리불순, 두통, 변비, 기미려殮袂�, 좌골 신경통, 어지럼증, 빈혈 등등의 증세가 일어나기 쉽다.
동양 여자는 서양 여자보다 피부층이 얇고 자궁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몸의 체온 상태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더운 여름에도 살을 들어내지 않는 것이 산후풍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산후풍은 엉덩이가 시리고 다리가 저려서 마치 좌골신경통과 비슷하지만 관절 마디 마디가 시린 증상을 말한다.
가. 태양인 산모의 보약
잉어, 붕어 : 자궁 염증을 치료하고 대장 기능을 도와준다. 잉어와 붕어는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조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모밀, 팥 : 모밀은 장(腸)의 염증을 치료하고 팥은 위장의 기능을 도와준다.
나. 소양인 산모의 보약
자초(紫草) : 신장, 방광의 기능을 도와준다.
산수유 : 위와 대장의 기능을 도와준다.
호박 : 부종을 치료한다.
다. 태음인 산모의 보약
칡 :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오미자 : 기미, 주근깨를 없애준다.
녹용 : 자궁과 간장, 신장의 기능을 도와준다.
라. 소음인 산모의 보약
인삼 :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당귀, 천궁 : 자궁과 신장, 방광의 염증을 치료한다.
황기 : 위장의 기능을 도와준다.
삼계탕 : 원기를 회복한다.
2. 수험생의 체질에 따른 보약
수험생은 대개 많은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기 때문에 두통, 비염(축농증), 위장병, 복통, 요통, 견비통 등에 시달리기가 쉽다. 우선 잘못된 공부자세가 그 원인이다. 허리를 바로 펴고 고개를 들고 공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몇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부하는 것보다 한시간 정도 공부하면
5분 정도 간단한 체조를 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휴식하는 것이 좋다. 식사 역시 불규칙하기가 쉽고 밤늦게 먹는 간식은 위장에 부담을 준다. 간식은 과일이나 야채로 섭취하는 것이 학습능률에도 좋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가. 태양인 수험생의 보약
모과 : 기관지와 폐를 좋게하여 두통이 없어진다.
녹차 : 위장 기능을 도와주어 마음을 안정시킨다.
오가피, 포도 : 간 기능을 도와주어 원기 회복에 좋다.
나. 소양인 수험생의 보약
구기자 : 위장 기능을 도와준다.
둥굴레 : 근육 긴장을 풀어준다.
영지버섯 : 간기능을 도와주어 피로회복에 좋다.
다. 태음인 수험생의 보약
석창포, 원지 : 정신을 맑게 한다.
도라지 : 폐기능을 도와준다.
당근 : 신장, 방광의 기능을 도와준다.
라. 소음인 수험생의 보약
꿀 : 가슴이 편해진다.
생강, 대추 : 위장의 기능을 도와준다.
두충 : 신장과 전립선에 좋다.
3. 할머니, 할아버지의 체질에 따른 보약
노인들은 대개 관절염, 신경통이 있고 전반적으로 장부의 생리 기능이 약해져 있다. 따라서
단방약보다는 처방 위주의 치료가 도움이 된다.
가. 태양인 노인의 보약 : 오가피장척탕
나. 소양인 노인의 보약 : 십이미지황탕, 형방지황탕
다. 태음인 노인의 보약 : 조위승청탕, 청심연자탕
라. 소음인 노인의 보약 : 보중익기탕, 십전대보탕
4. 어린이의 체질에 따른 보약
어린이는 대략 1세부터 13세까지를 말한다. 1세부터 7세까지의 아이는 성장기의 최고의 시점이다. 굳이 약이 필요없는 시기이다. 아이의 성장에 방해되는 요소만 제거해주면 된다. 말하자면 우유와 단것에 부작용이 있는
아이에게는 우유섭취를 줄이고 아이 체질에 맞는 이유식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러면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경기, 복통, 고열, 편도선염과 같은 증세들이 사라진다. 대개 우유와 단것에 부작용이 있는 아이는 태양인, 소양인의 경우가 많다.
가. 태양인 아이의 이유식 : 모밀, 현미, 팥, 검정깨
나. 소양인 아이의 이유식 : 보리, 검정깨, 찹쌀, 호박
다. 태음인 아이의 이유식 : 율무, 검정콩, 산약, 흰깨
라. 소음인 아이의 이유식 : 수수, 흰깨, 옥수수, 미역, 김
어떤 이는 '나는 한약이 안받는
체질이야', '나는 한약을 먹으면 살이 쪄',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던데.' 라고 말하는데 이는 참으로 무지한 말이다. 안받는다는 이야기는 분명히 그 한약을 먹고 탈이 난 것이다. 자기 체질에 맞는 한약을 먹으면 증상이 호전된다. 한약이 안받는 체질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체질에 적합한 한약을 복용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기 체질에 적합한 약은 바로 그 사람의 보약이 될 것이요, 자기 체질에 적합하지 못한 약은 그 사람에게 독약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보약에만
건강을 의존할 것이 아니라 체질에 따른 식이요법, 체질에 따른 성격수양, 체질에 따른 운동요법 등으로 생활을 이끌어 나가면 반드시 건강한 생활을 누릴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때에 한약을 섭취하는 것이다.
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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