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MRI가 없다. 그러나 알 수 있다.

현대의학은 다방면에 걸쳐 발전한 것같지만 주로 진단기기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MRI(자기 공명 영상법)이다. MRI는 어떤 원자핵을 자기장에 두고 일정한 주파수의 전자파를 부여해 공명현상을 일으켜 촬영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CT촬영보다 훨씬 안전하고 상세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옛날에 유명한 명의 편작은 환자의 몸을 투시해서 병을 찾아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것은 몸을 투시하는 것처럼 환자의 증상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비유로 볼 수 있다. MRI는 현대의 모든 의사들을 편작처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의원에는 MRI가 없다. 그러나 명쾌하게 진단을 할 수 있다. 어떻게 진단하는지 알아보자.

1. 맥(脈)으로 보는 법.

한의원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장면이 진맥하는 장면인 것같다. 손목에 있는 촌, 관, 척 부위를 진맥하여 어디에 병이 있는지 귀신같이 찾아낸다.

얼마전 TV에서 중국의 명의에 대한 특집프로를 보았는데, 진맥의 명인이 진찰하는 장면이 나왔다. 두명의 암환자를 진찰하는데 "이 환자는 폐암이고, 이미 간까지 퍼져있고 치료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두 번째 환자는 같은 폐암이긴 하지만 아직 원기가 강하므로 치료가 가능하다." 이 말 이외에도 몇가지 진단을 했는데, 실제로 종합병원에 가서 시행한 검사 결과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한마디로 진맥 하나로 모든 것을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중국 정부에서도 공인한 명의이다.

사람들은 대단히 궁금할 것이다. 어떻게 진맥으로 그렇게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까? 답은 이렇다. 혈액에는 인체 각 장부를 거치면서 그 장부의 상태를 기록한 정보가 담겨있다. 그래서 손목 혈관의 움직임을 짚어서 인체 장부가 상태가 어떤지, 이상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목에서 맥을 짚기도 하고 발등 부위의 맥을 짚기도 한다.


2. 혀로 진단하는 법.

아주 쉬운 진단법이다. 지금 당장 거울 앞에 서서 혀를 내밀어보라. 혀가 깨끗하면 몸이 아주 건강한 것이다. 혀에 백태가 끼면 위장이나 대장에 개스가 차 있고 염증이 있는 것이다. 혀에 황태가 끼면 만성질환이 있는 것이다. 말기 암이나 난치병은 흑태가 끼게 된다. 혀의 부위별로 각 장부를 진단해 볼 수 있다. 병이 낫는지 안낫는지는 매일매일 거울 앞에서 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혀의 태가 점점 없어지면 병이 낫는 것이고, 혀의 태가 점점 심해지면 병이 악화되는 것이다.

3. 눈으로 진단하는 법.

옛말에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했다. 사람을 알려고 할 때 눈을 보면 실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영혼 뿐만 아니라 육체의 상태도 알 수 있다.

피곤하면 눈이 침침해지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눈 역시 진단 방법 중에 하나이다. 눈에 충혈되는 부위만 보아도 어디에 병이 있고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다. 눈을 잘 살펴보면 맹장수술을 한 것까지 알아볼 수 있다.

4. 손바닥, 발바닥으로 진단하는 법.

인체 각부분은 인체 전부를 반영한다. 손바닥, 발바닥에도 인체의 오장육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반사요법은 이러한 연관된 부위를 지압, 마시지를 하여 치료하는 방법이다. 간(肝)이 나빠지면 손바닥이 울긋불긋 빨개지고, 위(胃)가 나빠지면 손이 노랗게 되고, 좌골신경통이 심하면 발뒤꿈치가 갈라지고, 심장이 나빠지면 새끼발가락을 만지면 대단히 아프다. 이같은 예는 흔히 볼 수 있다.

5. 음성으로 진단하는 법.

욕심많은 사람의 음성은 탁하고 갈라진다. 착한 사람의 음성은 맑고 깨끗하다.
정말 그렇다. 왜냐하면 소리는 우리 몸속을 울려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몸속의 상태가 반영된다. 예전에 공부할 때 음성만 주의깊게 관찰한 적이 있었다. 여자인데 남자 목소리처럼 나오는 사람은 대개가 치골결합이 잘못된 경우였고, 남자인데 여자 목소리처럼 나오는 사람은 간과 쓸개의 상태가 나쁜 경우였다. 물론 케이스마다 다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성들이 있었다. 음성은 정신적인 상태와 육체적인 상태를 모두 반영한다.

이밖에도 많은 방법들이 있다. 이같은 방법들을 일일이 나열한 까닭은 많은 의사들이 너무 진단기기에만 의존하고, 정작 환자를 관찰하는데에는 소홀하기에 언급한 것이다.

진맥만 해보아도 위장염인 것을 알 수 있는데 굳이 내시경을 해야할 것인가?
혀만 보아도 간이 나쁜 것을 아는데 굳이 MRI를 찍어야 하는가?
물론 진단기기의 검증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처음부터 진단기기에 의존하는 것은 금전, 시간, 노력을 모두 낭비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의 고도로 숙달된 사람을 명인 또는 달인이라고 한다. 과거에 비해 의학계는 점점 명인이 없어져간다. 외형상으로는 의학이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단기기없이는 아무것도 진찰할 수 없는 의사들만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의학계는 퇴보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기계만 볼 것이 아니라 환자를 보아야 한다. 챠트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환자의 얼굴이라도 한번 더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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