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현대인의 잘못된 건강 상식건강하게 오래 사는 기술이나 방법에 관해서 쓴 책들이 잘 팔리고 있다. 무엇을 먹어라, 이것을
해라. 그럴듯한 내용들이 쓰여있다. 이러다가는 우리 모두 산속에 들어가 풀만 뜯는 것이 제일 좋을 성 싶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건강이란 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과연 무엇인가?
건강은 몸과 마음이 아무런 장애 없이 활동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장애에 걸려서 고통을 겪고 있다. 정신적으로는 희노애락(譎鮟)의 편차(彪)와 하고자 하는 일이 실패했을 때 발생하고, 육체적으로는 신체 각기능의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다.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다시 말해 무병장수하는 방법은 이미 옛날부터 있어 왔다. 적게 먹고, 자주 움직이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 방법을 그럴싸하게 보태고 포장한 것이 현대 건강법이다. 중병에 걸렸을 때 우리는 운명의 힘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고질병에 걸린 사람이 신앙의 힘으로 병을 고쳐 보려고 하는데 효과를 보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그냥 죽거나 병이 더 악화될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 사람들은 금새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뜻'으로 돌리거나 죽을 팔자인 '운명'이라고 받아들인다. 어쨌든 둘
다 '결과론적인 자위'로 끝나 버리게 된다.
병은 무작정 방치해서는 안된다. 일단 서양의학이든 동양의학이든 의학의 힘에 의지하여 병을 고쳐 보려고 노력하여야 하고, 그 다음에 종교든 뭐든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야 한다.
의학에 의한 치료가 육체적인 치료라면 신앙에 의한 치료는 심리적인 치료라 할 수 있다. 어떤 치료로 병을 고쳤든 간에 결국 병은 스스로의 치유력에 의해 낫는 것이다.
따라서 병이 낫는 것과 안낫는 것은 운명 때문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치유력을 올바르게
인도하면 낫는 것이고, 잘못 인도하면 안낫는 것이다. 같은 병이라도 의사를 잘 만나면 고치는데 잘못 만나면 죽거나 오래 끄는 수가 있다. 여기서 병을 고치는 의사는 자연치유력을 잘 안내한 가이드라 할 수 있고, 병을 못 고치는 의사는 자연치유력을 엉뚱한 곳으로 보낸 무능한 가이드라 할 수 있다.
우리 몸은 그 자체의 매커니즘에 의하여 웬만한 병은 다 자연 치유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의사는 아침을 굶는게 좋다고 하고, 어떤 의사는 아침을 먹는게 좋다고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의사는 육식은 무조건 나쁘고 채식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 장단에 움직여야 할지 혼란스러기만 하다. 이같은 현상은 의학을 깊이 통찰하여 그 이치를 체득한 명의가 드물고 제각기 자기 전문분야 지식에만 국한된 의사들이 범람해서이다.
요즘 건강에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런지 건강의 비결이라는 것을 팔아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옳은 얘기도 있겠지만 대부분 다 부질없는 이야기라고 본다.
어떤 건강연구가는 외식을 하더라도 반드시 집에서 담근
무공해 식초를 가지고 가서 음식에 첨가하여 먹으라는 등 상당히 겁을 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는 독선이다. 식초도 어떤 종류이냐에 따라 체질에 적합하고 부적합한 것이 있는데 그 식초만이 만병통치약인양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모든 사람이 이렇게 음식에 의해서만 건강해진다면, 사업에 실패했거나 정신적 좌절에 무너질 때 어떤 치료법을 쓰는지 궁금하다.
음식 역시 먹고 싶을 때 먹어야 한다. 억지로 먹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면 오히려 그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더 해로울 수가
있다.
커피는 몸에 해로운 음료라고 한다. 커피는 태양인과 소양인에게 이로운 음료이다. 커피는 쓰다. 쓴 성질이 위장의 열을 하체로 내려준다. 그래서 소변을 잘 보게 된다. 소변을 잘 보게 되면 심장의 운동이 원활해진다.
그러므로, 커피를 마시게 되면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위가 냉한 소음인이 커피를 즐겨 마시면 위장병이 생길 수 있으니 한두잔 정도로 제한하는게 좋고, 커피를 많이 마셔도 위장 장애가 없으면 애호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질병이 있을때는
음식을 주의해야 하지만, 건강할 때는 너무 음식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입에 당기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이다. 다만 과식은 조심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상체질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나름대로 사상의학을 공부해보니 인간은 신기하게도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몸이 요구하는 것을 따라 주면 된다.
심하게 머리가 아프면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등을 일단 복용하는 것이 좋다. 책에서 본 지압이나 마사지 방법으로
머리를 눌러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지압이나 마사지 치료는 그 방면의 전문가에 의해서 효과를 보는 것이지, 아무렇게나 지압과 마사지를 한다고 낫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은 태양인과 소양인에게 효과가 있고, 타이레놀은 태음인과 소음인에게 효과가 있다.
한의사인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병을 고치는 효과만 좋다면 양약이든 한약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오직 치료효과로만 약의 효능을 이야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진통제는 일주일 이상의
기간만 복용하지 않으면 크게 나쁘지 않다.
결국 쉽고 단순한 건강상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몇 년전에 쇠뜨기풀이 당뇨병에 좋다고 해서 난리가 났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쇠뜨기풀에 관심이 없다. 왜 약이 유행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가? 이는 쇠뜨기풀이 적합한 체질이 있고, 부적합한 체질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필자 개인의 견해로는 쇠뜨기풀은 태음인에게 적합한 약초이고 다른 체질에게는 해롭다.
어쩌다 자기에게 맞는다 하여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양
선전하고 강요하는 것은 큰 죄를 짓는 것과 다름이 없다. 현대의 병(�)은 전문가가 너무 많다는데 있다.
함부로 이야기하고, 제멋대로 떠드는 풍조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렇게 자랑하는 건강비법은 제발 자기 혼자 간직했으면 좋겠다.
97년 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