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의 그림은 Chi Nei Tsang이라는 저서에서 인용한 것이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생겨나는 감정과 그 감정과 연관되어 있는 인체 장기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알기 쉽게 표현한 것이다.
한의학에서 음양오행론이라는 학설이 있는데, 우주의 변화를 음양으로 보고 이를 오행이라는 다섯 가지 변화 법칙을 결합한 것이다. 위의 그림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라는 오행(五行)과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이라는 오장(五臟)을 결합하고 이에 따른 칠정(七情)을
현대적 의미로 풀이하였다.
필자 개인이 생각하는 체질 의학적 장부 관념과는 다르지만, 일반인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현재 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도표일 것같아 소개하였다.
질병은 왜 생기는 것일까? 우리 몸의 정상적인 균형이 깨진 것을 질병이라고 한다. 왜 우리 몸의 균형은 깨지는가? 전통적으로 한의학에서는 음식물의 섭취 기능 이상으로 질병이 생기고 또한 기후 변화, 환경의 불건전한 위생, 전염병의 창궐 등으로 질병이 발생한다고 본다. 인간 사회가 살기가 좋아지면서
이와 같은 문제들은 많이 해결되고, 오히려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견디기 힘든 심정적 요인, 쉽게 말해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많은 질병이 야기된다. 단지 스트레스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인간의 감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어서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어떤 이는 화를 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우울해지거나 근심 속에 빠질 수가 있다. 이는 스트레스가 그 사람의 감정 상태와 결합하여 나타나는 결과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불균형한 감정 상태가 몇
년이고 지속된다면 우리 몸의 장부에 영향을 줄 것임은 누구라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사상의학에서는 태양인과 소양인은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조심하여야 하고, 태음인과 소음인은 기쁨과 즐거움의 감정에 너무 탐닉하지 말라고 한다. 분노와 슬픔은 기를 상승시키고, 기쁨과 즐거움은 기를 하강시킨다. 이는 감정이 우리 몸의 기의 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자기 체질에 부족한 감정을 갖추는 것도 수양의 한 방편이 된다. 그래서 성인(聖人)을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잘 조절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필자가 임상 경험을 통해서 난치병 환자를 접할 때마다 거의 대부분이 자기 체질의 편향된 감정에 깊이 빠져 있는 것을 느끼곤 한다. 이러한 자기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수양하는 것을 질병의 치료와 병행하는 사람은 치료가 잘 되고, 그렇지 않고 단지 육체의 질병으로만 인식하는 사람은 치료가 잘 되지 않았다. 병 앞에 겸손하라는 말 역시 성인(聖人)의 말씀이다. 이는 바로 자기 감정을 수양하라는 말씀이기도 하다. 지금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일 먼저
자신의 체질을 파악하고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떠한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요새 간염 환자들이 많다. 간염에는 A형, B형, C형 간염이 있고 급성과 만성으로 나눈다. 간염의 원인에는 바이러스를 들 수 있지만 유전적인 요인 또한 무시 못한다. 필자는 이러한 원인 이외에도 유난히 신경이 예민하고 치밀한 사람이 간염에 잘 걸린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또 갑상선 질환에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기능 저하증, 갑상선 종양 등이 있는데, 주로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많고 30대, 40대 여자
환자들 중에서는 고부간의 갈등, 남편과의 불화, 말못할 고민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가 있다. 성격이 아주 급하거나 성격이 아주 내성적인 경우인데, 급한 성격은 복통 역시 급하고 내성적인 성격은 복통 역시 만성적이고 완만하며 배꼽 아래가 찬 경우가 많다.
고혈압 환자도 위장병 환자의 경우와 같다. 지나치게 여색을 탐하는 사람은 대장 질환과 신장, 방광염을 앓기가 십상이다. 이러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있다. 일곱살 미만의 소아의 경우이다.
태어날 때부터 임파선이 붓고 고열에 시달리며 연속적으로 예상치 못한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는 왜일까?
이런 말을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태교의 문제일 경우가 많았다. 임신 중에 산모가 불안정한 감정 상태를 갖고 있었다면 반드시 뱃속의 태아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고 출산 후에도 어머니의 뇌파와 아이 뇌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가 간절하게 기도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기도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공경하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소설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개미는 암에 걸리면 그 암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통찰력이 있는 구절이다. 질병의 발생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일반 독자에게 알기 쉽게 보여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암에 걸렸다면 암세포를 원망하고 나만 재수없게 이러한 병에 걸렸다고 슬퍼한다. 차를 잘 정비했다면 차가 고속도로 중간에 멈추지 않을 것이고 평소 방안을 잘 정리한다면 방에 먼지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평소에 잘 알고 있었다면 병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 병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개미에서처럼 대화를 나누듯이 수양을 하고 구체적인 체질 치료를 한다면 병은 없어지고 건강을 찾게 될 것이다.
이제 건강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세울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아니라, 질병 세포와의 대립이 아니라, 불운한 운명의 저주가 아니라 바로 우리 몸의 무지에서 오는 것이다. 무지야말로 우리 질병의 원인인 것이다. 그 동안 인간들은 무지를 동정의 대상으로 보았는데, 이는 잘못된 견해이다. 무지는 앎으로써 극복되어야 할 질병의 근원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희노애락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이 바로 건강의 제 일 원칙이요, 희노애락의 조절이 무너져서 질병이 생겼을 때 희노애락을 다시 정상적으로 조절하는 법을 되찾는 것이 건강의 제 이 원칙이다.
21세기의 의학은 단지 육체에만 연구를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하여 환자에게 적합한 마음 처방까지 해주어야 한다. 언제까지 당신의 병은 스트레스때문이에요라는 막연한 말로써 환자를 미궁에 빠뜨려서는 안된다. 일테면, 당신의 병은 아들 문제로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위장에 영향을 주었고 그래서 위산이 과다
분비되었고 당신의 체질은 소양인이므로 급한 마음을 자제하여 위장 기능을 도와주어야 하고, 아들은 소음인이니까 성급한 꾸지람보다는 아들의 내성적인 성격을 잘 파악하여서 아들과의 불화를 해결하기를 바라고 당신은 구기자차를 복용하고, 아들은 인삼차를 복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 환자가 이해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의사가 질병을 고치려고 한다면 그 질병보다 먼저 그 마음을 치료하여야 한다(醫者 欲治其疾 先治其心)는 옛말이 있다. 필자는 이것이 진정한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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