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트레스를 받아서 질병이 되는 증상 중에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홧병이라는 것이 있다. 그 증상은 각양각색이다. "목뒤가 당기고 가슴이 답답하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울렁거린다." "가슴이 꽉 막히고 머리가 멍해진다." "어깨가 짓눌리고 아랫배가 거북하다."
이렇듯 제각기 특이한 패턴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여타 질병과의 차이점은 병의 원인인 스트레스가 해결되면 증세가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다. 만일 스트레스가 지속적이고 반복된다면 이 증세들은 만성적으로 발생한다. 홧병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홧병은 왜 생기는가? 이러한 물음들에 우리는 대답할 필요가 있다.

1. 홧병은 왜 생기는가?

홧병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질병에 해당한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홧병에 대한 상세한 조사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질병이라는 것이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에게 많이 발병한다. 그 이유는 말못할 고민을 여자가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중적인 사유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역감정은 해소되어야 한다면서 막상 투표를 할 때에는 지역감정에 의해 한다." "통일에 대한 대의명분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통일 비용에 대해서는 부담을 갖기 싫어한다." "남녀평등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자기만은 예외라고 생각한다." 이같이 정서와 생각이 충돌하는 면이 많다. 물론 외국에서도 이러한 이중적 사유구조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속으로 감추는 것의 차이가 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솔직하게 내세우지 못하여 쌓이는 스트레스가 바로 홧병의 원인인 것이다. 따라서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건전한 사회풍토가 절실하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라는 표현을 우리나라는 당당하게 말할 수 없다. 유교적인 전통과 체면을 따지는 습성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풍속이 우리 고유의 장점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개인의 정서를 억압하는 경향이 많다.

2. 여자의 홧병

여자는 남자에 비해서 섬세하고 다양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또한 느낌으로 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언어로써 이해해주기 보다는 느낌으로 알아주기를 바란다.

반면 남자는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분명하게 상황을 파악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충돌 속에서 여자는 답답해지고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시부모와의 갈등을 남편에게 이야기하기 보다는 남편이 먼저 알아서 자신을 위로해주고 자신의 답답함을 풀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남편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바로 홧병이 되는 것이다.

3. 남자의 홧병

남자는 여자에 비해 성질이 급하고 성취욕이 강하다. 어떤 목표가 있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몰두한다. 그런데 그러한 시도가 좌절되었을 때 분노가 쌓인다. 이 분노가 가슴에 맺히면 바로 홧병이 되는 것이다.

마치 고혈압이나 저혈압의 증세처럼 목뒤가 뻣뻣해지고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실제로 혈압이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다. 이는 일시적인 혈압의 수치이지, 고혈압이나 저혈압으로 볼 수 없다. 여자의 홧병에 비해서 그 증세가 급하고 눈에 띄게 드러난다. 이에 대한 치료방법으로는 몸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 우선 목뒤에 뭉쳐있는 근육을 지압하고 등의 척추를 따라서 지압한 후 멘소래담 연고를 척추를 따라 발라준다. 그러면 목뒤와 등의 맺힌 기응어리가 풀려서 가슴이 시원해진다. 그리고 머리와 발을 찬물로 가볍게 샤워해주는 것이 좋다.

남자의 감정은 여자에 비해서 폭발적이고 일시적이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들이 반복되면 역시 만성적인 홧병이 된다. 이러한 경우는 대단히 위험하다. 여자에 비해 인내하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증세는 악화되기가 쉽다. 참을 인(忍)이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이야기가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살인의 의미는 남을 해치는 것뿐만 아니라 내 자신을 해치는 것도 포함된다.

4. 여자의 홧병은 엄청나게 복잡하다.

남자의 감정에 비해 비교적 섬세하므로 그 홧병의 원인이나 증세도 무척 다양하다.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임상적으로 경험한 것을 몇 가지 예로 들어보겠다.

가. 홧병의 특징

① 얼굴이 어둡고 눈빛이 불안정하다.
② 양젖꼭지 가운데 단중혈을 누르면 무척 아프다.
③ 평소에 한숨을 자주 쉰다.
④ 꿈에 시댁식구가 자주 나타나고 쫓기거나 많은 일에 시달린다.
⑤ 여러 사람들이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어지럽다.
⑥ 전화벨소리, 초인종소리에 깜짝 놀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외에도 다양한 경우가 있다.

나. 홧병의 원인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자식 문제, 남편 문제, 고부간의 갈등, 예민한 자신의 성격, 인간관계에서의 배신 등등이 있지만 나타나는 패턴은 동일하다.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억누르는데 있다.

여기서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 참는 것은 다르다고 본다. 감정을 억누른다는 것은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억압하는 것이다. 감정을 참는 것은 그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자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을 잘 모르는 것같다. 억누르는 것을 참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이는 홧병의 시작이다. 대개의 주부들은 감정을 억누른다.

어떻게 해야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인가? 참을 수 있는 만큼만 참고 참기 힘든 것은 당사자와 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병이 온다. 이러한 경우에 기도를 하는 것이다. 우리 마음이 정말 순수하게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은 이루어질 것이다. 홧병은 마음의 문제이고, 마음의 문제는 우리 자신이 자신을 알게 되고 남을 이해할 때 비로소 해결된다.

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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